3 / 19 (화) 아들아
저녁스케치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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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들은 장가를 간다는데
늦둥이 우리집 아들은
이제 대학생이다

학교 따라 객지에서 자취하다가
방을 옮긴다 하여

이사하는 날 가보니
대략 싸놓은 이삿짐 사이로
여기저기 전깃줄이 얽히고 꼬여있다

멀티탭에 꽂혀있는 핸드폰 충전 잭 줄, 보조 배터리 줄, 컴퓨터 줄...

마치 그 줄들은 외부 세상과 연결된 탯줄처럼
이삿짐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킬 요량인가 보다
마침 아들 주머니 사이로 줄 하나가
비쭉 나와있다
가만 보니 이어폰 줄이다
이 줄도 적당히 꼬여있다

아들아
귀찮다고 꼬인 줄로 적당히 살지 마라
좀 시간이 걸려도, 손품이 들어도
찬찬히 꼬인 줄을 풀어서 살 거라

살다보면 꼬이는 인생도
그렇게 풀어가며 사는 거란다

하은혜 시인의 <아들아>


살림이 커지고 오래될수록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꼬인 전선처럼,
한창 바쁜 시기에는 인생도 인간관계도
정리하고 매듭지을 겨를이 나지 않지요.
그러다 지난날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땐
이미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엉켜있곤 하죠.
더 늦기 전에 꼬인 관계, 꼬인 생각,
꼬인 마음을 정리하기로 해요.
이제부터라도 엉킨 삶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