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2 (금) 나는 몰랐네
저녁스케치
2024.03.22
조회 436
“오늘 하루가 참 길다”라는
말을 이제야 새삼 알겠네
어머님이 이리 말씀하실 때
“그날이 그날이제”라고
생각했는데
무척 힘들고
고달펐던 날을
그리 말씀하신걸
이제야 새삼 깨달았다네
“식사 하세요” 하면
“됐다 먼저 먹거라”하신 말씀은
수저들 기력조차 없음을
그리 말씀 하셨구나
오늘에서야 알았네
“입이 쓰다”라는 말씀이
“내 아프다”라는 말로
알아듣지 못했던
우둔함이
이제야 안타까워 하는구나
“나는 괜찮다”라고
하는 말씀에
정말로 괜찮은 줄로만
나는 그리 알았더니
나는 몰랐네
바보처럼 몰랐었다네
손학수 시인의 <나는 몰랐네>
알 듯 모를 듯, 암호처럼 던져진 부모님의 말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해독되어 가슴을 때릴 때가 있어요.
우리더러 청개구리라더니 늘 반대로 하던 말들도,
괜찮다, 좋다 하면서도 왠지 슬퍼 보이던 눈빛도.
그때 알았더라면 한 번 더 안아드렸을 텐데...
말이라도 조금 더 잘 들었을 텐데...
힘든 날이면 유난히 잘 해독되는 부모님의 암호들.
오늘도 쓰디쓴 그 말들이 메아리 되어 마음을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