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8 (목) 일부러 흘려놓고
저녁스케치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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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종로3가 전철역에서
대화행 3호선 바꿔 타려고
무심히 계단을 내려가는데
더덕 향기 와락 달려듭니다
그 일이 세상의 모든 것인 양
구부러진 어깨로 고개 숙이고
더덕 껍질 벗기고 앉아 계시던
할머니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덕들은 할머니를 따라갔는데
향기는 같이 나서지 못했나 봐요
아니 퇴근길 집으로 가져가라고
일부러 흘려놓고 가셨나 봅니다
강인호 시인의 <일부러 흘려놓고>
많은 생각만큼이나
발걸음이 무거운 퇴근길.
희미하게 흔적만 남은 푸성귀 내음,
꽃향기에 멈춰 설 때가 있지요.
단지 향이 좋아서만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남긴 짙은 삶의 향기가
땀내 가득한 하루를 다독여 주거든요.
요즘은 바람을 타고 온 매화 향기에
몸과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매화나무는 일부러 향기를 흘려두었겠죠.
모든 시름 내려 두고 가볍게,
가볍게 살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