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9 (금) 긴급체포
저녁스케치
2024.03.29
조회 372

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은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온통 내 마음을
빼앗아갔고

당신은
허락 없이
내 마음 속 깊이
무단 침입하였으며

당신이
내게 남겨준
사랑의 편린으로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였고

당신이
그리워
긴 밤을 꼬박 새운
내 몸을 상해하였으며

당신은
타인 앞에서
당당하던 내 위상을
초라하게 추락시켰고

당신은
혼미케하는 미소로
당신 없이는 살아갈 의미 없는
평생 헤어날 수 없는 중독을 시켰으며

결정적으로
당신의 심연한 눈동자에
나를 익사시킨 살인죄로
당신을 긴급체포합니다.

당신은
지금 이순간부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긴급
체포합니다.

공석진 시인의 <긴급체포>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고
돌아서는 순간 그리움이 밀려와
꼼짝달싹 못 하게 내 마음에
꼭 묶어두고 싶었던 사랑.
흐드러지게 꽃이 필 무렵이면
화려한 봄꽃 같던 옛사랑의 추억도
어김없이 다시 피어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