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0 (토) 봄을 줍다
저녁스케치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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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한란 한 포기를 얻었다
똘똘똘 신문지에 말아서
긴 겨울 고옵게 이겨내고
버티어 온 봄, 봄을 줍다

지난해 과잉보호로 고옵게 키우던 한란이
이슬처럼 사라지고 터엉빈 화분
때마침 얻은
새색시 볼록한 젖무덤처럼
수줍음을 타는 한란

하룻밤 신방을 차렸다가
활활 피어오르는 봄꽃처럼
줄기가 뻗고 꽃이 피기를
소망하며 봄을 심었다

잃어버린 아픈
세월의 생채기 몰래 감추고
또다시 봄을 심었다
봄을 주웠다

윤용기 시인의 <봄을 줍다>


겨우 한 글자에다,
글자만큼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데도
왔다 하면 온통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봄.
그래도 마냥 봄이 좋은 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두근대는 설렘을 주기 때문일 거예요.
시련의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사람에게 멍들어 텅 비어버린 마음.
그 빈 마음에 새봄을 심어 봅니다.
다시 일어설 그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