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3 (수) 손단속
저녁스케치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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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어디 소속인가
내 몸에 붙어 있는
이 두 손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
스마트폰이 또
손을 훔쳐갔다
손이 나를 떠났다

모든 중독은 손의 중독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의 그림자 쫓아다니기 전에
손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매번 챙길 일이다

마음 떠난 손
마음이 놓친 손
마음도 모르게 빼앗긴 손
두 손부터 단속할 일이다

천오백년 전
베네딕트수도원 수사들처럼
십오분마다 마음을 챙길 일이다
손의 소속을 분명히 할 일이다

이문재 시인의 <손단속>


가끔은 불끈 쥔 주먹을 펴보세요.
그리고선 꼭 쥐고 있느라 잡아주지 못한 손과
어쩔 수 없이 외면했던 마음들을 살며시 잡아봐요.
그 온기로 인해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질 수 있게
흔들리던 마음이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게
손 내밀어 서로의 마음을 잡아주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