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4 (목) 그래도 살자
저녁스케치
2024.04.04
조회 367

한강 둔치...
출렁이는 물살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옛적,
삶이 곤고할 때 버릇처럼 이곳에 와서
몇 시간을 앉아있다가

아픔을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깊은 강물 속에 무거운 짐 모두 넣어놓고
뒤돌아서서 왔던 기억

그러나 지금,
오늘은 예전 같지가 않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애써 슬픔을 삭히려 하지만
마음이 정리되지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피처로
달려들었던 저 강물
강물을 힘없이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나를 앞선다

‘저 강물은 나보다도 더 큰 아픔을 끌어안고 있구나’
그래 그래도 살아보자
뒤돌아서서 웃자

저 강물보다는 내가 더 웃을 수 있는 힘이 많이 있지 않나
늘 나는
흐르는 강물에게서 삶을 배우고 간다
인생의 흐름을.....

김정남 시인의 <그래도 살자>


힘에 부칠 때면 자연을 찾게 됩니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다 보면
꽉 막힌 우리 삶도 함께 흐를 것만 같아지죠.
그러다 보면 요행도, 보상도 기대하지 않게 돼요.
그저 천천히 가고자 했던 곳으로 가고 있길 바랄 뿐,
살아갈 이유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