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5 (수) 날은 도처에 숨어 있다
저녁스케치
2017.03.15
조회 311
짧은 반바지 아래 하얀 종아리를
풀잎이 베어버렸다
선연한 한 줄기 핏자국

프린터기에 종이를 채우는데
손가락이 따갑다
종이에도 날이 있었구나

그와 얘기를 하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가슴을 찌르는 칼날 같은 말 한 마디
말의 날카로운 날이 뼛속까지 파고든다
믿었기에 상처는 더욱 깊다

날은 도처에 숨어있다
시퍼런 눈 번뜩이며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다

김인숙 시인의 <날은 도처에 숨어 있다>


연약한 풀잎에도 상처를 입고
종이 한 장에 베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입 속에 칼날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를 위해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