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
발목이 흙에 붙잡혀
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
서종택 시인의 <풀>
하루하루가 힘겨웠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젊은 날의 나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왜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시간이 없었는지,
길가에 핀 꽃 한 송이 내려다 볼 여유도 없었는지...
하지만 그렇게 모질게 살아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 아닐지...
이름 모를 풀이었던 내가
꽃을 피우고 향기를 갖고 사는 건
지난 인고의 시간 덕분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