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7 (금) 외출
저녁스케치
2017.03.17
조회 398
햇볕이 유리창에 착 붙어
온기가 전해지는 아침,
노인은 무릎에 파스를 붙이며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고무줄로 묶인 파스다발이
약상자에서 솔솔 냄새를 낸다
우표 한 장의 힘으로
편지가 배달되듯
파스 한 장의 힘으로
가뿐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세월의 내력이 적혀진 몸에
겉봉 같은 외투를 걸치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어쩌면
아름다운 그녀를 위해
그리움을 봉하고 제 몸에
우표를 붙였는지 모른다
중절모 쓰고 지팡이 짚고
대일파스 후끈후끈하게
붙은 봄날, 환한 골목에서
노인이 걸어 나오고 있다

윤성택 시인의 <외출>


어릴 적, 약상자에 파스는 꼭 들어있어요.
부모님은 파스를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붙이시곤 했죠.
근데 나이가 드니까 나도 파스를 찾게 됩니다.
박하향이 나는 파스를 등에 붙이며
나보다도 고생이 더 심했던 부모님은
‘얼마나 더 아프셨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