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가 되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햇빛과 바람으로 거칠어진 그들의 턱수염을 밀어주는
이발사가 되고 싶다.
비록 내 가위질은 서툴겠지만,
나귀처럼 가위는
스프링이 낡은 의자에 앉아 있는 그들의 삶을
위로해주는 말을
속삭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이발소에서
처음 읽었던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라던
허름한 액자에 걸려 있던 시.
삶은 끝내 가난한 그들을 속이고
나도 속였지만
나는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가 되고 싶다.
다섯 평 좁은 이발소에
난로를 피우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수증기 뽀얀 유리창 너머
자작나무처럼 하얀 성탄절의 눈을
기다리겠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의 머리를
성탄목(聖誕木)처럼
아름답게 깎고 다듬어주겠다.
이준관 시인의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
이발소에 걸린 시 한 구절에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버스정류장에 적힌 광고 한 줄,
화장실에 붙은 명언 한 줄이
가슴에 와 닿을 때도 있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뜨끈해지기도 하는 위로를
더 자주 전하고 나누는 삶이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