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이 비었다
쓰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이따금 큰 숟갈로 썼구나
시간이 없는데 식탁을 차려야할 때
급한 불을 끄듯 설탕을 더한다
그때마다 요리를 망친다
손쉬운 달콤함에 기댄 대가다
마음이 허전하고 다급할 때
각설탕 껍질을 벗기듯
손쉬운 위로의 말을 찾는다
내가 나를 망치는 줄도 모르고
임시방편의 달콤함에 귀가 썩는 줄도 모르고
생의 시간을 털어가는 달콤한 약속들은
내 안이 텅 비어
무언가 기댈 것이 필요할 때
정확히 도착한다
내 안에 달콤함을 삼키는 블랙홀이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언젠가 생을 통째로 삼킬 것이다.
최정란 시인의 <쓴맛이 사는 맛>
손쉽게 해결한 문제는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옵니다.
달콤하게 취해 쓴맛을 보지 않도록
주의하고 경계해야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