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8 (화) 낮달
저녁스케치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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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단체 모임같이 수런대는 곳에서
맨 구석 자리에 앉아 보일 듯 말 듯
몇 번 웃고 마는 사람처럼

예식장에서 주례가 벗어놓고 간
흰 면장갑이거나
그 포개진 면에 잠시 머무는
미지근한 체온 같다 할까

또는, 옷장 속
슬쩍 일별만 할 뿐 입지 않는 옷들이나
그 옷 사이 근근이 남아 있는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라 할까

어떻든
단체 사진 속 맨 뒷줄에서
얼굴 다 가려진 채
정수리와 어깨로만 파악되는
긴가민가한 이름이어도 좋겠다

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는
오래된 흰죽 같은,

이규리 시인의 <낮달>


어디서든 존재감을 드러내며 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죠.
늘 존재감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 마주치면 만남 자체로도 반갑고 신기한...
그쵸. 마치 낮달 같은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