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게 뒷짐 지고
놀이터 천천히 걸어가네
다섯 살 건이
맨손으로라도
짐일랑 뒤에 져야 무겁지 않다는 걸 아는지
보이지 않는 것도 무게가 있다는 걸
또래보다 먼저 알고 연습하는 건지
건너편에서 혼자 노는 녀석의
풍선 공 탐이 나는지
저도 한번 굴려보고 싶어
무슨 궁리를 하는 건지
남에게 말하기 전에 곰곰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건지
빈손은 항상 뒤로 감춰야 한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건지 원.
먼발치서 어른들이
뒷짐 지고 빙그레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참!
고두현 시인의 <뒷짐>
뒷짐에 세가지 철학이 있다고 하죠.
짐은 뒤로 메는 것이 편하다는 것,
무슨 말을 하기 전엔
뒷짐을 진 채 한번 더 생각할 것,
줄 것이 없다면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도록
뒷짐을 져 뒤로 숨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