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아플 무렵 낙산을 걷는다.
조금 헐렁한 신발과 멀리 있는 그리움과
걷다가 자주 쉬는 약한 무릎 데리고
시린 이빨같이 생이 흔들리는 날
낙산을 걷는다.
물들어도 물들지 않는 내 안의 잎들과
끝내 안아보지 못한 슬픈 어깨와
적막이 깊어 더 내려가지 못한
돌층계 밟으며 외로움 따라 밟는다.
디딜 때마다 끌려오는
생의 무게와
남아 있는 길의 남아 있지 않은 위안과
어둠의 등 뒤에 누가 있는지
고요의 그림자가 성보다 크다.
김재진 시인의 <낙산을 걷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마냥 걸어봅니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면
머릿속에 있던 걱정거리들이
한뼘씩 덜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내가 가진 걱정은
저기 저 산보다도 낮고
티끌보다 작다는 생각이 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