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온다
그러면 창변에 밀감빛 등불 켜지고
미뤄둔 편지 한두줄 더 적어놓고
까마득한 시간 저편에서
가물가물 떠오르는 달빛 같은 얼굴도
만나지 않으랴
먼 강물 흐르는 소리 아득히 쫒아가다
고단한 잠에 들면
잠 속에서 그리던 꿈도 꿀 수 있으니
우물같이 깊고 아늑한 둥지
따뜻하게 출렁이는 밤이 지나면
다시 새날의 해도 떠오르니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으면서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면서
늘 무슨 일인가 하고 있다
주고 잃는 것만큼
어디선가 그 만큼씩 채워지고 있는
빌수록 가득 차는 지상의 나날
이제 돌아갈 집도 멀지 않으니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온다
홍윤숙 시인의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온다>
삶의 무게를 제는
양팔저울은 항상 수평을 가리킵니다.
오는 것만큼 가는 것이 있고
잃은 게 있으면 채워지는 게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