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비는 점점 장대비로 변해가고
그 빗속을 뚫고 달리는 버스 차창에 앉아
심란한 표정을 하고 있을 너를 떠올리면서
조금씩 마음이 짓무르는 듯 했다
사람에게는
때로 어떠한 말로도 위안이 되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넋을 두고 앉아 하염없이 창 밖을 내다본다거나
졸린 듯 눈을 감고 누웠어도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의 한 부분처럼
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너를
보내는 길목마다
여림 시인의 <네가 가고 나서 비가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슬픔에 빠졌을 때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기다림입니다.
하늘에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슬픔이 그치기를 기다리면
맑게 갠 날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