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먹을 밥을 푼 주걱에 남아 있는 밥알을 입으로 떼어 먹다가 노모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속포장지에 묻어 있는 달달함을 혀로 핥아먹는데 어린 딸이 슬며시 옷깃을 잡아당겼다
사과를 깎다가
너무 두껍게 잘려 나간 속살을
이빨로 갉아 먹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내
사과 껍질처럼 둥글게 말린
쉰 하고도
겸연쩍은 눈빛 하나가
배시시 웃었다
김정수 시인의 <배시시>
지금은
가족이 원하는 걸
충분히 채워주지 못해
마음이 쓰릴 때도 있지만...
시간 지나서 세월이 흐르면
‘그땐 그랬었지’ 하며
큰 소리 내어 웃을 날,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