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시인을 문상하러 가는 길에 전당포를 만나
그 앞에서 서성거렸을 가난한 시인의 저녁을 떠올리다
전당포를 보면
무언가 맡기고 싶어진다
금니 때운 것부터
지갑, 만년필까지
돈 되는 건 다 맡겨놓고
야금야금 수혈받듯
돈을 가져다 쓰고 싶다
그곳의 늙수그레한 주인은
내 가진 것 중
나도 모르는 보물을 찾아내여
급전을 해줄 것만 같다
내 밟고 다닌 길 중
가장 닳고 닳은 길은
집에서 전당포 가는 길
어느 날 나는
그에게 헌신짝처럼 버려져도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이다음 생은
내 맡긴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오는 일에 바쳐져도 좋을 것 같다
전당포를 보면
무언가 맡기고 싶어진다
문성해 시인의 <급전>
내가 가진 것을
모조리 전당포에 내놓는다해도
그 중에 값나가는 건 몇 개 없을 겁니다.
그래도 내겐 소중하고 아까운 것들이죠.
손 때 묻고, 낡고, 볼품없어졌지만
다음 생에라도 찾고 싶은 나의 추억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