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4 (토) 얼굴반찬
저녁스케치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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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도이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해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공광규 시인의 <얼굴반찬>


찾아오는 친척도 있고
함께 사는 식구들도 많았을 땐
밥만 먹어도 푸짐했던 거 같은데
보고 싶은 얼굴들이 빠진 밥상은
갖은 찬이 놓여있어도 어딘가 허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