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꽁꽁 언
시냇가 논둑에서 연 날리던 시절
가고 없어도
세배하러 새벽부터 일어나
아버지 어미니께 절 올리던
대청마루바닥
얼음장 같이 발 시리긴 해도
그때 그날들이 그리운 것은
내가 어른이 되어서 알겠네
장롱에서 몇 번씩이나 꺼내 입어보던
때때옷과
설 전 날 밤 자면 눈썹이
흰 눈 내린 먼 산처럼 허옇게 센다는
어른들의 말씀 감쪽같이 속았어도
신기하기만 하던 그때 그 시절,
되돌릴 순 없어도
생각하면 명경처럼 늘 맑고 환하게
비쳐오는 어린 날의 아버지 어머니
잊을 수가 없네
지금은 먼 산자락
차가운 흙 속에 계시고
아이들이 줄줄이 아빠 엄마 하며 따라도
다가오는 세상은 더욱 삭막하기만 하고
매냥 눈 내리는 설날이 와도
자식보다 이승 뜨신 부모님 생각에 더욱
눈시울이 뜨거워 옴을 나는 알겠네
서지월 시인의 <설날 아침에>
집안을 가득 채운 음식냄새에
눈을 뜬 설날 아침은
그저 들뜨고 설렜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고향은
설레면서도 아련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래도 온가족이 모이는 설날...
오늘만은 걱정, 시름 다 잊고
철없는 아이처럼 환히 웃으며 보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