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홀로 뒤처져 날개 허덕이는 외기러기가
꼭 낙오자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
거기 지쳐 흔들리는 아버지의 발걸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처럼 빠른 놈이 읎단다
흰 눈이 쌓여 바윗돌이 되더구나
바윗돌이 녹아 시냇물이 되더구나
그걸 다 보고 지내왔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시외버스 안
랩퍼의 흥얼거림을 들으며 함께 따라나서지 못하는 외기러기 같은 지친 아버지의 모습이 꼭 아버지의 모습만으로 볼 수 없는 것이
그의 굽은 코며 쳐진 눈꼬리 튀어나온 입가가 여기 섰는 나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박철 시인의 <외기러기>
무리에서 낙오된 외기러기 같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한심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참의 세월이 지나
내가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보니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느리되 멈추지 않았다는 걸...
발걸음은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