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산다는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천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도종환 시인의 <쓸쓸한 세상>
깊은 밤, 잠이 오지 않을 때...
밀려드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음악을 듣고 방을 정리하고
일기장을 펴는 것처럼
세상은 저마다 가진 쓸쓸함을 떨치기 위해서
꽃을 피우고 새를 날리고 파도를 만듭니다.
얼핏 보면 넘쳐나는 세상 같아도
알고 보면 모두가 쓸쓸함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