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조개 껍데기를 만지고 있노라니
수억년 물결치는 바다소리
수억년 물결치는 바다에 닦이며
이어 내려오는 조상의 무늬,
아, 이 무늬는 이 조개의 가문이 아니던가
이 가문의 문신을
줄기차게 지켜 내려오는 이 절개
어찌 숭고하다 하지 않으리,
생각하면서 나의 무늬를 찾아보는
이 아침,
내게도 나의 무늬가 비치는가
인간도 그 인간이 산 그 생애만큼
그 인간의 무늬가 있으려니
분명.
조병화 시인의 <인간의 무늬>
온화한 표정, 부드러운 말투,
사물과 사람을 대하는 행동,
이 모든 것들은
조개의 줄무늬처럼 선명한
'인간의 무늬'입니다.
'나의 무늬'가 아름답게
잘 새겨졌으면 합니다.
날카롭고 삐뚤어진 모습들은
물결치는 파도에 닦아내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