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 집 아닌 듯 그냥 지나쳐본 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 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흐린 달빛 아래였는지
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
훔치지 않은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
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
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김명기 시인의 <그런 날 있었는지>
직장생활은 점점 더 버겁고
손에 쥔 것은 여의치 않은데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갑니다.
아이의 재롱에 한없이 행복해지지만
언제까지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면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죠.
한 가지 다행인건
세상에 아버지들 모두 그런 적 있었다는 것...
그래도 돌이켜보면 힘든 날보다는
행복한 날들이 더 많더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