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3 (금) 넘어짐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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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 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 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때는 아예 물 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할지라도 

정호승 시인의 <넘어짐에 대하여>


아픔이란 녀석이
가슴 정중앙으로 떨어진 듯
저미도록 아플 때가 있습니다.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나를 정조준하는 느낌이 들지요.

이럴 땐, 아픔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편해집니다.
그러다 또 다시 넘어진다해도
전만큼 아프지는 않고
무릎에는 단단한 굳은살이 박혀있을 테니까...
아직도 일어날 시간이 있다는 건
맞아요.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