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바람처럼 달려가는 용달차를 본다.
어느 풀잎 같은 가장이
다시 새 보금자리 찾아 이사를 하는가
덮어씌운 비닐을 깃발인 양 펄럭이면서.
한창 벌꿀처럼 달달해야 할 신혼부부가
낯선 근무지 전출 명을 받아 찾아가고 있는 건지.
제집의 불안을 느낀 논병아리들이
서둘러 다른 둥지 찾아 옮겨 가는 것처럼
혹여, 집 없는 서러움에 눈물지며 떠나는 건 아닌지.
차가 신호등에 잡혀있는 동안
앳된 가장 고개 내밀고 흘낏 돌아보는데
내가 왜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까.
냉장고와 세탁기, 그리고 텔레비전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유치원 어린이들처럼
얌전히 포개 앉은 고만고만한 살림도구들.
소꿉장난감 같은 저 이삿짐 풍경이
왜 이렇게 내 눈에 낯이 익는 것인지.
남들은 편히 쉬고 있는 휴일 아침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
속절없이 실려 가는 저 까치집 같은 살림살이들.
그걸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이경우 시인의 <젊은 날의 초상>
요즘처럼 내 집 마련하기 어려운 때에
조촐해진 이사하는 풍경을 보면
어딘가 마음이 씁쓸해져 옵니다.
작은 용달차에 실린 소박한 살림살이를 보면
집을 장만한 것도 아니고,
집을 넓혀가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왠지 젊은 날의 이사하는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