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0 (금) 눈 오는 날
저녁스케치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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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
이렇게 오래된 풍경 앞에서도
살아있음이 두근두근 설레는 날이 있거니
참으로 진부한 이 설레임으로
불러보고 싶은 이름 있어
세상은 그 진창을 잠시 숨겨놓았을 뿐이지만
눈이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눈이 쌓여있는 동안만이라도
그 빛깔로 기억하고 싶은 시간은 있어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나 잊어버릴
이루지 못한 약속처럼 귀하고 또 가슴 애리게
슬픔 같은 것 부끄럼 같은 것들이
눈으로 내리는가
이제는 오지 않을 날들 위로
이제는 갈 수 없는 길들 위로
아주 옛 것인 듯 처음인 듯 가슴 후비며 눈이 온다
사랑했노라 사랑했노라고
진부한 그 설레임으로
살아있음을 편지 쓰고 싶은 날

복효근 시인의 <눈 오는 날>


눈이 오면 괜스레 설레죠.
남들은 너무 뻔하고 진부한 취향이라 말해도
눈이 오는 날은
설원을 뒹구는 로맨틱한 영화들이 떠오르고
눈 오는 풍경을 가사로 담은
노래도 떠오르고
그 옛날의 옛사랑이 떠오르고
이것 또한 눈 오늘 날 느낄 수 있는 아련한 감정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