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3 (월) 시인들 나라 · 3
저녁스케치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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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같은 데는 올라와 살 생각 말 것,
이것은 신춘문예 당선 인사 차
원효로 좁은 골목길 돌아서갔을 때
박목월 선생이 들려준 잔소리

앞으로 산문 같은 것은 쓰지 말 것,
이것은 서대문구 충정로 삐걱대는
나무 계단 올라 이층 현대시학사 찾았을 때
전봉건 선생이 들려준 잔소리

가능한 대로 유명한 사람이 되지 말 것,
이것은 또 설날을 맞아 어쩌다가
동선동 한옥집의 거리 세배하러 갔을 때
김구용 선생이 들려준 잔소리

너는 말이야 머리가 좋은 게 아닌데
노력해서 그만큼이나마 하는겨
이것은 어려서부터 나한테 제일 많이
잔소리를 들려준 외할머니의 말씀

그 잔소리들이
참말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잔소리의 주인공들보다도
내가 더 나이를 많이 먹고 난 뒤였지

대부분 잔소리들 내용대로
살지 못했다는 걸 알고 난 다음이었지
아이들의 바람개비 하루 종일
저 혼자 돌아가듯이 말야.

나태주 시인의 <시인들 나라 · 3>


귀가 따갑게 듣던 어른들의 말씀이
한참이나 지나나서야 알 거 같습니다.
왜 그땐 그 말들이 잔소리로만 들렸는지...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하는 아쉬움에
이젠 내가 아이들에게... 후배들에게...
똑같은 잔소리를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