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하여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빛을 여는 어둠이 된다
문정희 시인의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올해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한해의 끝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도
세상 모든 것의 마지막처럼
정겹고 아름다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