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제집 두고
때 되어도 밖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은
다반사
도대체 집은 뭐하러 있는 거야?
아침은 얻어먹고 사냐는 질문도
굳이 마누라 타박할 문법은 아니지
차라리 못살았다는 옛날 생각이 나는 거야
새벽밥 해 먹고 들일 나가
날라 오는 새참이며 점심 바구니
끼니마다 집에서 만든 밥 먹던 생각
그것이 힘의 원천
저녁이면 큰 상 작은 상
각기 제몫의 상에 앉아
제 밥그릇 찾아먹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
무슨 벼슬한다고
이 식당 저 식당 돌아다니며
제 그릇 하나 찾아먹지 못하고 사노
먹는 게 아니라 때우면서
만주벌판 독립운동이라도 하나
멀쩡한 제집 두고
밖으로만 나다니면서.
고운기 시인의 <끼니>
밥심이라는 게
그저 밥을 먹어 나오는 힘은 아닌거 같아요.
밥심은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숟가락 부딪혀가며 쌓았던
든든한 유대감의 힘이 아닌지...
식구를 식구답게 해주는 그게..
집밥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