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0 (화) 업어준다는 것
저녁스케치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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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박서영 시인의 <업어준다는 것>


업는다는 것은
두 사람의 심장을
하나로 포개는 것과 더불어,
누군가의 무게를 감당하고
그의 다리가 돼주는 일이죠.
그래서 업는다는 것은
마주보고 안는 것보다 더 마음이 저미는
감정의 교류가 아닐지...
자녀를, 아내를, 부모를
언제 업어준 적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