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2 (목) 연필로 쓰기
저녁스케치
201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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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홀로 연필을 깍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 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 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없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 드릴 수 있기를 나를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진규 시인의 <연필로 쓰기>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잘못된 선택들은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하지만 인생은 지울 수 없는 펜으로 쓰이기에
매순간 최선을 다 해야 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