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6 (월)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저녁스케치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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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라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
쉽게 닫히는 법
들어올 땐 좁지만
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가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
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
그 빛이 내게로 와서
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
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
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고두현 시인의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업무를 익히고 요령을 터득하는 것은
업무를 시작하는 이에게
창문을 넓혀가는 일이죠.
큰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은
맘속의 새싹을
한 그루의 나무로 키워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