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이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깊은 산 그림자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무 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에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이승희 시인의 <그냥>
그냥이라는 말에는
그리움, 외로움, 쓸쓸함, 공허함 같은
수많은 감정들이 들어있습니다.
별 거 아닌 듯 내뱉지만
실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온 우주를 헤매다 돌아온 말이란 걸 우린 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