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디지털역 포장마차에서
김밥 한 줄 시킨다
떡볶이 국물을 덮어달라고 하니
빨간 국물에 떡볶이와 어묵이 몇 개 딸려온다
옆에 서서 먹는 여자도 같다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 모를 시간도
떡볶이인지 김밥인지 모를 메뉴도
딸려온 건지 얹어준 건지 모를 떡볶이와 어묵도
모르는 게 많으면서 같이 먹고
아는 게 많으면서 따로 먹는다
식도를 타고 가는 김밥은 급행인데
지나가면 명치 쪽에 없는 역이 생기곤 한다
우린 거기서 내리고 탄다
이장근 시인의 <식구>
낯선 사람의 온기에
마음이 따뜻해질 때가 있습니다.
무심히 내미는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정에 마음이 노곤해지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메뉴를 먹는 사람들이
문득 한 식구처럼 느껴지는 그런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