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3 (수) 독감주의보
저녁스케치
2016.11.23
조회 476
축제는 없는 사람을 위해서는 열리지 않았다

나는 빈 방에서 바람소리를 들었다
가끔 창문 틈새를 기웃거리는 전조등이
시린 눈두덩을 더듬고 지나간다

휴대폰 수신 메시지를 누른다
-수신함이 비어 있습니다
나는 한 발 더 멀리 세상 밖에 있구나

어둠은 빗장 걸린 세상에 몸을 풀고
겨울바람에 짓눌린 도시의 밤안개는
시방 내 앞에서 찻잔 속에 졸고 있다

마감 뉴스도 끝난 지 오래
거실 소파 한 켠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신문이
현기증으로 누워 있다
위로의 말 한 마디 싣기도 힘든 모양이다

'전국에 독감 비상'
따끔하게 꽂은 주사바늘
바늘로 치유될 병이 아닌데

사랑
결핍증

황인숙 시인의 <독감주의보>


창밖에 바람소리에도 가슴이 시리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아 야속하고
주변에 모든 사물조차 등진 거처럼 느껴질 때면
독감처럼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을 경계해야 합니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감수성이 유독 풍부해지는 건
결핍된 사랑을 채워주라는 주의보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