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6 (토) 첫눈
저녁스케치
2016.11.26
조회 496
마침내 그대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 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
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

김경미 시인의 <첫눈>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늘 내일 첫눈의 설렘을
고스란히 가지지도 못하게 합니다.
첫눈 하나로도 우리 마음은 풍성해질 수 있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욕심을 갖고 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