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8 (월) 새날
저녁스케치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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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생각이 나서
가끔 그 말이 듣고도 싶다

어려서 아프거나
어려서 담장 바깥의 일들로 데이기라도 한 날이면
들었던 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어머니이거나 아버지이거나 누이들이기도 했다
누운 채로 생각이 스며 자꾸 허리가 휜다는 사실을 들킨 밤에도
얼른 자, 얼른 자

그 바람에 더 잠 못 이루는 밤에도
좁은 별들이 내 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얼른 자, 얼른 자

그 밤, 가끔은 호수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터져 펄럭이던 살들을 꿰맨 것인지
금이 갈 것처럼 팽팽한 하늘이기도 하였다

섬광이거나 무릇 근심이거나
떨어지면 받칠 접시를 옆에 두고
지금은 헛되이 눕기도 한다
새 한 마리처럼 새 한 마리처럼 이런 환청이 내려앉기도 한다

자고 일어나면 개벽을 할 거야
개벽한다는 말이 혀처럼 귀를 핥으니
더 잠들 수 없는 밤
조금 울기 위해 잠시만 전깃불을 끄기도 한다

이병률 시인의 <새날>


고군분투 했던 하루 뒤...
부족했던 나를 탓하기보다는
"그래 자고 일어나며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저녁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