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컵라면 먹는다
팔팔 끓이지 못한 하루가
퉁퉁 불어터진 면발 같은 날
엉거주춤 서서 창밖 보며
젓가락으로 면발 건져 올릴 때
컵라면
삼각김밥
볶음김치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어깨 나란히 하는 남자
창밖으로 와르르 쏟아지는 별 보며
외간 남자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는 밤
몸속에 별들이 와 박힌 탓일까
말도 안 되게
그의 각진 밥알과 면발이 궁금해진다
등 뒤 바코드 찍히는 소리 들으며
그가 허겁지겁 먹지 않도록
나란히 서서 오래도록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이경숙 시인의 <겸상>
나처럼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먹는다기보단 떼우기에 가까운 식사를 보며
어쩐지 그의 하루도 내 삶과 닮아보입니다.
그가 쫓기듯 먹지 않도록
일부러 천천히 젓가락질을 합니다.
나의 소심한 배려는
배려로 느껴지지도 않겠지만
하루의 끝에서,
그도 잠시나마 따뜻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