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시인의 <벗 하나 있었으면>
휴대전화에 전화번호로만 저장돼있는 그런 친구나
그저 말로만 친구라 부르는 그런 친구 말고
나이가 많건, 적건
마음이 동갑내기처럼 잘 통해서
하루 종일 떠는 수다가 지겹지 않는
그런 친구...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