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일곱,
나 앞으로 무슨 큰일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진즉 그것을 알았어야지!)
틈나면(실업자라면 더욱 좋고)
남원에서 곡성 거쳐 구례 가는 섬진강 길을
머리 위의 굵은 밀잠자리떼 동무 삼아 터덜터덜 걷다가
거기 압록 지나 강변횟집에 들러 아직도 곰의 손발을 지닌
곰금주의 두툼한 어깨를 툭 치며
맑디맑은 공기 속에서 소처럼 한번 씨익 웃어보는 일!
이시영 시인의 <가을의 소원>이었습니다.
가을에는... 일주일...
아니 더 욕심을 낼 수 있다면 한달 쯤
아무 걱정 없이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을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버린
산과 들녘의 떠돌이가 되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