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너무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를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제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 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황지우 시인의 <11월의 나무>
두 달 지나면 또 한 살을 먹을 텐데...
아직도 젊은 날이 선명해서인지...
나이는 이따금 찾아오는 감기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나이는 나를 증명할 수 없지요.
나이를 먹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음까지 나이 들진 않았으면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