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내게 이제 긴 밤이 찾아온다 하네……
붉은 빛으로 초라한 내 방안의 책과 옷가지를 비추며
기나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 하네……
놀던 아이들 다 돌아간 다음의 텅 빈 공원 같은
내 마음엔 하루종일 부연 먼지만 쌓이고……
소리없이 사그라드는 저녁빛에 잠겨
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먹임에 귀기울이네……
부서진 꿈들……
시간의 무늬처럼 어른대는 유리 저편 풍경들……
어스름이 다가오는 창가에 서서
붉은 저녁에 뺨 부비는
먼 들판 잎사귀들 들끓는 소리 엿들으며
나 잠시 빈집을 감도는 적막에 몸을 주네……
남진우 시인의 <저녁빛>
창가에 노을빛이 스며들 때면
이유를 모를 적막감에
눈물은 때를 모르고 흐르고
허전한 구멍은 또 하나 늘어납니다.
세월이 가면 무덤덤해지는가 싶어도
작은 일에도 서러움만 늘어가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