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득 안은 플래카드가
그 바람을 다 감당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버티다가는
갈기갈기 찢겨져
날아가버릴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커다란 구멍을 뻥, 뻥,
뚫어주었습니다
보낼 건 보내고
버릴 건 버리고
감당하지 못할 바엔
가슴에 구멍 몇 개 뚫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신미균 시인의 <플래카드>
하나의 구멍을 메우면
또 하나의 구멍이 생겨나고
다시 그 구멍을 막기 위해 사는 게 인생이지만
버려야할 희망, 보내야할 미련이라면...
그래요. 과감히 비우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