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 셋이 수다 한 상 차렸다.
이야기를 사과껍질처럼 돌려 깎는다.
흘러내리는 추억들 구불구불 쟁반에 쌓이고
접시에 담긴 말들
아삭아삭 사과맛이 난다.
새콤달콤 이야기 당도가 올라간다.
쓴말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입에 붙는 말만 포크로 찍어 서로에게 권한다.
수다가 몸집을 불리자
제 입맛과 다르다고 투덜대는 여자들
깔끔한 성격과 결혼한 친구는 결벽증에
낭만과 결혼한 친구는 과소비에
일편단심과 결혼한 친구는
그 질긴 고집에 못 살겠단다.
여자들, 식탁에 둘러앉아
접시에 펼쳐놓은 말 자꾸 맛보는 여자들
과식으로 배가 부르다.
어느새 바닥에 깔고 앉은 하루도 지루해지고
먹다 남은 과일 누렇게 변했다.
배고픈 집들,
아내 엄마 며느리를 찾기 시작한다
이서빈 님의 <식탁에 둘러앉아>
잘 익은 사과 속에
딱딱한 씨가 들어있는 것처럼
삶에는 달콤한 알맹이만 있는 게 아니고
쓰고 맛없는 씨도 들어있지요.
친구들끼리 모여 한참을 얘기하다가
결국은 다 비슷비슷, 똑같이 산다는 것에 위안을 받고나면
씁쓸하지만 이런저런 불만도
안고가야 할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