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9 (목) 머리카락, 역린
저녁스케치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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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고집이 세서 남의 말을 잘 안 듣지요
그래서 머리카락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답니다 손님,
옆머리 이 부분, 머릿결이 반대로 나 있네요 미용실 원장이
불룩 튀어나온 내 옆머리를 헤집으며 말했다 바쁜 출근시간,
자꾸만 뻗대며 내 화를 돋구던 옆머리였다 머릿결과 반대로 난
머리카락의 뿌리, 나를 닮아 고집 센 옆머리는 용의 목에 거슬러
난 비늘, 역린 같았다 헤어드라이기 뜨거운 바람으로 뻗친
머리를 구부리고 달래는 동안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다,

내 역린은 머리카락이 아닌, 내 속에 단단히 거슬러 난 비늘,
어떤 것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아집 같은 생각, 나만이 아는
그 반대의 결이 나의 진짜 역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역린의 가장 큰 비늘은 내 마음속 마음이었다.

황옥경 시인의 <머리카락, 역린>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가진 단점을 인정하기 어렵지요.
때문에 작은 거라도 탓할 게 필요해서
"난 곱슬머리라 고집이 세고
눈이 커서 눈물이 많은 거야."
애꿎은 생김을 탓하며 위안 삼기도 하죠.
하지만 내 마음의 문제인 걸 인정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때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