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가 떨어져 나간 뒤에야
처음으로 단추 구멍을 봤다.
매일
거울 앞에 서서
옷을 입으면서도
단추 뒤에 감추어지는
단추 구멍을 본 적이 없는데...
단추가 떨어져 나간 옷을 입고
돌아 올 때에야
처음으로 단추 구멍을 봤다.
늘 단추 뒤에 가리어만 살아
부끄럼을 잘 타는 단추 구멍
그 빈 단추 구멍 하나가
아무 일 없이 다니던 이 길을
이토록 부끄럽게 할 줄이야.
김영상 님의 <단추구멍>
단추만으로는 옷을 잠글 수도 풀 수도 없죠.
뒤에 숨겨진 단추 구멍이 있기에
단추는 비로소 제 역할을 합니다.
겉에서만 보면 가지런한 단추만 보이니
단추 구멍의 존재는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나를 있게하는 주변의 고마운 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