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열매 붉은 길
소슬바람이 긴 문장을 흘리며 지나간다
높고 시린 하늘로 새떼가 날아오른다
한쪽에서 구절초는
혼자 피었다 조용히 지는 중
지는 데 여러 날이어서
연보랏빛 방에
풀벌레 울음을 키우는 중
떠나는 것들이 다정히 붐비는 가을역에선
느릿느릿 걸어가던 발걸음도
잠시 멈춰야 한다
남유정 님의 <가을역>
떠나가는게 많은 가을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느릿하게 만들죠.
평소에는 밀물처럼 들어와
썰물처럼 빠지던 사람들도
기차역에 가을이 정차할 때면
걸음을 멈춘 채 쓸쓸한 미소로 눈인사를 합니다.
1년 뒤 돌아올 가을을 아쉬워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