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윤진화 시인의 <안부>
마음은 늘 연두빛 봄인데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낙엽이 지는 가을을 닮아있습니다.
계절 따라 잎이 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듯
나이 드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죠.
잘 나이든 얼굴은 젊어보이는 얼굴이 아니고
행복이 담긴 얼굴이 아닌가 싶으네요.